직접 농사지은 쪽파로 담근 엄마표 파김치, 10월이랑 봄이랑 왜 맛이 다를까요?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했는데, 택배 올 게 다 왔는데 모르는 스티로폼 박스 하나가 문 앞에 놓여져 있는 거예요.
잘못 온 건가~ 누가 보낸 거지~ 생각하며 택배 송장을 확인하려는 순간에, 딱 떠올랐어요.
며칠 전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우리 형제들이 좋아하는 파김치를 담궈서 보내주신다고, 직접 농사지으신 파를 손질하고 계신다고 하셨거든요. 바로 파김치가 온 것이로구나~!
엄마는 파김치 보낸다~고 미리 예보도 하지 못하실 만큼 바쁘셨던 모양이에요. 오늘 마침 바빠서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겼는데, 아주 나이스한 타이밍!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흰쌀밥에 파김치를 얹어 먹고 싶어서, 몸은 고단했지만 얼른 밥부터 안쳤습니다.
비닐을 걷어내니 파김치의 영롱한 자태
밥을 안쳐 놓고 스티로폼 박스를 열어보니, 엄마가 김치국물이라도 샐까 싶어 비닐을 이중으로 꼼꼼하게 포장해서 보내주셨더라고요.
비닐 포장을 걷어내는 순간~ 파김치 향이 사악~ 퍼지면서 맛보지도 않았는데 나도 모르게 입에서 침이 주르르 흘렀어요. 그새를 참지 못하고 씻은 맨손으로 파 하나를 얼른 입에 넣었는데 크흐~~~ 역시 엄마 파김치는 항상 옳습니다! 기가 막혀요!
한 개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선 채로 서너 번은 더 맛 보았어요. 그런데 거의 빈속인 상태에서 맛을 보니 파의 그 알싸함 덕분에 속이,,, 아렸습니다. 나이가 드니 너무 빈속에 매콤한 맛이 들어가면 위를 너무 강타해서 아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파김치는 못 참쥐~~~ 배가 아픈 것도 잊을 맛입니다!!
전기밥솥에 밥을 지었는데 30분이 이리도 길었나 싶었어요. 밥아~ 얼른 완성되어 주렴!
밥 되는 사이에 전화 드렸더니 쿨한 엄마의 한마디!
밥이 다 되는 사이에 파김치를 김치통에 정리하면서, 엄마에게 서프라이즈 파김치 선물이 안전하게 잘 배달되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어요.
엄마 파김치는 도대체 무슨 마법의 가루가 들어가길래 이렇게 감칠맛이 폭발하냐고, 너무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엄마는 그저 "그래~ 맛있게 먹어라~!" 라고 딱 한마디만 하셨어요. 쿨하다 우리 엄마. ㅋㅋ
파 손질이며 김치 담궈 번거롭게 택배까지 보내주셔서 감사히 먹겠다고 엄마가 계신 먼 거리까지 닿도록 잘 전달해 드렸습니다.
파김치는 쪽파로 담근다고요?
엄마가 직접 키우신 파로 담근 파김치라니, 전화 끊고 나서 쪽파 농사가 어떤 건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찾아봤어요.
파김치라고 불리는 대부분은 대파가 아닌 쪽파, 실파로 담근 김치라고 하더라고요. 일부 지역에서는 대파로 담그기도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고, 그럴 경우 구분을 위해 대파김치라고 따로 부른다고 해요.
그리고 쪽파와 대파는 아예 다른 식물이에요. 대파는 씨를 파종하지만, 쪽파는 마늘과 비슷한 알뿌리가 있고 그 쪽을 나눠서 심는대요. 씨앗이 아니라 알뿌리로 번식하는 게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겠더라고요. 대파가 씨를 파종하는 거였다니, 새로운 사실에 새삼 신기했어요!
10월 파김치가 더 맛있었던 이유
쪽파는 가을 재배의 경우 8월 중순에서 9월 상순에 종구를 파종하며, 파종 후 약 40일 정도면 수확할 수 있다고 해요. 가을에 심으면 10~11월에 수확하게 되는데, 이때 수확한 어린 파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추석 명절에 엄마가 담궈주신 파김치가 억세지도 않고 어린잎들이라 그렇게 맛있었나 봐요. 역시 뭐든 제철이 있는 법!
이번에 받은 파김치에는 크기가 조금 더 큰 파도 섞여 있었어요.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는데요. 가을에 심은 쪽파는 10월이 딱 수확 적기고, 겨울을 넘긴 쪽파는 봄에 다시 수확하는데 그만큼 더 자라서 굵고 억세진다고 해요. 엄마는 겨울 내내 밭에 두셨다가 봄이 되자마자 수확해서 보내주신 거였어요.
그래서 억센 파와 여린 파가 섞여 있어서 10월보다는 맛이 조금 덜했지만, 엄마의 비법 양념장 레시피 덕분에 그래도 여전히 맛있답니다!
손이 많이 가는 쪽파 손질 작업
맛있는 파김치를 먹기 위한 과정인 손질도 손이 많이 가고 보통 일이 아니에요. 지난 추석 때도 엄마가 쪽파를 또 한가득 캐 오셔서 형제들이 마당에 둘러 앉아 같이 이야기 나누며 쪽파 손질을 도왔어요.
엄마가 도와라~ 하지 않으셔도 엄마가 일감을 가져 오시면 우리 형제들은 자연스럽게 엄마 옆으로 모여서 말하지 않아도 일손을 돕거든요. 여럿이 손을 보태서 파 손질이 금방 끝나긴 했지만, 파 손질하는 과정은 김치 중 단연코 손이 제일 많이 가는 편이에요.
쪽파의 크기가 워낙 작으면서도 손질해야 할 양이 많고, 손질 과정에서 눈이 매우면서 손가락 끝에 흙이 들러붙어서, 손끝을 깨끗이 씻어도 한동안 흙색의 손끝이 유지되기도 한답니다. 이번거로운 과정을 혼자 다 하셔서 보내주신 엄마 생각에 꺼내 먹을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두고두고 아껴먹어야 겠어요.
다음 포스팅에는 저희 엄마만의 파김치 비법 양념장 레시피를 담아볼 예정이에요.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