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 (미립 방제, 자율주행, 농약 살포)
지난주에 고추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여름철 하우스 안 온도가 40도를 넘나드는데, 그 좁고 습한 공간에서 부모님이 방독면을 쓰고 무거운 약대 줄을 끌며 농약을 치시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잎 뒷면에 붙은 담배가루이나 진딧물을 잡으려면 샅샅이 뿌려야 하니 체력 소모도 엄청나고, 무엇보다 농약이 몸에 해로울까 봐 늘 걱정이었죠. 그런데 최근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을 알게 되면서, 이제는 우리 부모님 같은 농업인들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농약 살포 작업,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도 어린 시절 부모님을 도와 고추밭에 병충해 예방용 약품을 살포한 적이 꽤 있습니다. 저희는 밭과 논을 넓게 보유하고 있어서 경운기에 큰 통을 싣고, 거기에 제초제나 병충해 예방 약품과 물을 섞어서 넓은 밭에 골고루 뿌리곤 했습니다. 넓은 밭 전체에 약을 살포하려면 꽤 긴 호스가 필요한데, 어린 나이였던 저는 체감상 동전 500원짜리 크기 정도의 굵은 호스 줄을 잡고 꼬이지 않게 적절한 위치에 서서 호스를 경운기에서 끌어 내리기도 하고, 아빠가 다시 되돌아오면 다시 걷어 들이기도 하며 무한 반복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아마 100원짜리 크기 정도의 굵기였던 것 같네요.
그 줄을 무한 반복하며 잡아당기고 끌고 하는 작업이 정말 힘들었거든요. 최근에 나이 드신 부모님을 위해 조금 더 편한 농사일에 도움을 드리고자 공부를 하면서, 우리 부모님은 그걸 매해 몇 번씩 하셨을 텐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농사는 정말 엄청난 노동력이 요구되는 일입니다. 특히 방제 작업은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도 농약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작업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걱정스러웠습니다.
미립 방제 기술, 효과와 안전을 동시에 잡다
이번에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개발한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을 알아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 바로 '미립 방제(微粒 防除)' 기술이었습니다. 미립 방제란 농약 액체를 20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아주 미세하게 쪼개서 분사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약 입자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들어서 공기 중에 오래 머물게 하는 거죠. 입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공중에 떠다니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작물의 잎 뒷면이나 구석구석까지 약이 골고루 달라붙게 됩니다. 실제로 이 방식을 사용하면 일반 분무기보다 작물에 붙는 농약 양이 15~20% 더 증가한다고 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그런데 미립 방제는 효과가 뛰어난 만큼 위험성도 컸습니다. 약 입자가 너무 작아서 사람이 직접 작업하면 호흡기와 피부로 그대로 흡수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방제 로봇은 밀폐된 온실 안에서 작업자 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미립 방제를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제가 어릴 적 아버지께서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농약을 뿌리시던 모습을 떠올리면, 이런 기술이 정말 필요했구나 싶습니다.
자율주행과 대용량 약액통, 1,000평을 1.5시간에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의 또 다른 장점은 '자율주행(自律走行)' 기능입니다. 자율주행이란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며 움직이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 로봇은 마그네틱 센서, 근접 센서, 광학 검출기 등을 활용해 온실 내부에서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농약을 살포합니다. 앞뒤에 접촉 감지기가 달려 있어서 사람이나 장애물을 감지하면 즉시 멈추기 때문에 안전 사고 걱정도 덜 수 있습니다.
보통 1,000평(약 0.33ha) 규모의 온실에서 사람이 직접 방제 작업을 하면 2명이 붙어도 2.5~3시간이 걸립니다. 저희 부모님도 한여름에 하우스 안에서 3시간 가까이 약을 치시고 나오면 땀범벅에 기진맥진해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 로봇을 사용하면 작업자 없이 약 1.5시간에 끝낼 수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300L 용량의 대형 약액통이 달려 있어서 한 번 채워두면 8시간 이상 연속 운전이 가능합니다. 중간에 약을 채우러 다닐 필요가 없으니 부모님께서 하우스 밖 시원한 곳에서 쉬실 수 있겠죠.
제가 공부하면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바로 '안전 무결성 수준(SIL, Safety Integrity Level)'입니다. 이 로봇은 SIL 2등급 제어기를 적용했는데, 이는 고장 확률이 0.1~1% 미만으로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웬만해서는 고장이 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는 거죠. 부모님 같은 경우 기계에 익숙하지 않으신데, "괜히 샀다가 고장 나면 짐만 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하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정도 신뢰성이라면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마토 농가 현장 실증, 고추 농가에도 적용 기대
현재 이 방제 로봇은 전북 익산의 토마토 농장에서 현장 실증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토마토는 생육 초기에 총채벌레, 굴파리, 담배가루이 같은 해충 피해를 입기 쉽고, 겨울철에는 잎마름역병, 잿빛곰팡이병, 시들음병 같은 병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봄철에는 온실 기온이 낮에는 높고 밤에는 낮아 월동 해충 발생 증가가 우려되는데, 병해충이 한번 발생하면 급속도로 퍼지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방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 김경철 연구사는 실제 농가 현장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대 작업 시간, 농약 방제 최소 유량, 로봇 반복 작업 시 이상 작동 여부 등을 면밀하게 실증하고 있으며, 농가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방법과 성능 정보에 대한 교육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토마토뿐만 아니라 저희 집처럼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에도 이 기술이 빨리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특히 고추 재배 시에는 담배가루이가 황화잎말림 위조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충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생육 초기부터 철저히 방제해야 합니다. 잎 뒷면까지 약제를 꼼꼼히 뿌려야 하는데, 사람이 일일이 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미립 방제 기술을 갖춘 로봇이라면 잎 뒷면까지 약이 골고루 스며들 수 있어 방제 효과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던 고추밭 농약 살포의 고된 기억을 떠올리면, 이런 기술이 하루빨리 보급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농촌진흥청은 2023년부터 방제 로봇뿐만 아니라 운반 로봇, 모니터링 로봇, 수확 로봇 등 다양한 농업 로봇에 대한 현장 실증 연구를 본격화한다고 합니다. 아래는 현재 개발 및 실증 중인 주요 농업 로봇 종류입니다.
- 방제 로봇: 농약을 자율적으로 살포하며 미립 방제 기술을 적용해 효과를 극대화
- 운반 로봇: 수확한 농산물이나 자재를 자동으로 운반해 허리와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임
- 모니터링 로봇: 온실 내부를 돌아다니며 작물 생육 상태, 병해충 발생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
- 수확 로봇: 익은 과일이나 채소를 자동으로 수확하여 수확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
이러한 다양한 농업 로봇이 현장에 보급·확대된다면 새로운 농업 관련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농업 생산 인력 감소와 외국인 근로자 수급 불안정 등 농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적용된 기술 확보가 꼭 필요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지속 가능한 농업기술을 위한 농업 로봇 개발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사는 '정직하다'고 하지만, 그 정직함이 부모님의 육체적인 희생이어야만 하는 시대는 이제 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 온실 방제 로봇 같은 기술은 단순히 편리함을 주는 기계를 넘어, 우리 부모님의 건강과 수명을 지켜주는 '효도 로봇'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의 부모님도 오늘도 무거운 약통을 매고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시나요? 이제는 기술의 힘을 빌려 부모님께 '쉴 권리'를 선물해 드려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우리 집 고추 밭에 로봇을 들일 수 있는 지원 사업을 더 꼼꼼히 알아보고 부모님께 웃음을 찾아드리려 합니다.
참고: https://www.rda.go.kr/webzine/2022/12/sub1-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