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공부보다 급한 건 우리 엄마 '네이버 검색법' 가르쳐 드리기

사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는 거창하게 스마트팜 기술이니, IoT니 하는 최첨단 농업 지식을 쏟아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순서가 틀렸다. 300km 밖에 계신 우리 엄마에게 당장 필요한 건 자율주행 트랙터에 대한 정보가 과연 필요할까? 먹고 싶은 과일 하나 스마트폰으로 주문하고 급한 돈 이체하러 꽝꽝한 거리를 운전하고 뛰어서 농협까지 안 가셔도 되는 '디지털 자립'이 우리 엄마에게는 당장 필요힐 거 같다. 

똑똑한 우리 엄마가 스마트폰 앞에서는 작아지는 이유

우리 엄마는 자타공인 '셈'이 정말 빠르다. 수학 공식은 모르셔도 그동안 축적된 삶의 노하우 때문인지, 아니면 삶의 감각이 타고 나신거 같다. 고추 따는 일을 시작하면서 "이거 한 3시간이면 끝나겠다" 하시면 정말 귀신같이 그 즈음 일이 마무리된다. 이렇게 엄마의 신들린 예측은 거의 빗나가지 않았다.

돈 관리도 철저하셔서 3년 전부터 "한 달에 얼마씩 적금해서 올해 새 차를 사겠다"던 계획을 정확히 이번 달에 실현하셨다. 웬만한 도시 사람들보다 객관적으로 훨씬 똑똑하고 생활력이 강한 분이다.

하지만 그런 엄마에게는 삶이 곧 다큐멘터리인 시절이 있었다. 먹을 게 없어 끼니를 거르던 시골 마을에서 자라며 공부 욕심은 많았지만, 형편 때문에 국민학교도 겨우 졸업하셨다고 하셨다. 엄마는 늘 "그때 고집부려 학교 다닌 덕에 한글이라도 안다"며 안도하시는데, 자식 입장에선 그 말이 참 가슴 저리다.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배움의 기회만 있었다면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계셨을까. 완전 다른 삶이었을 수도 있었겠지. 우리 엄마가 아닌 다른집 엄마가 되어 있을수도 있었을거라는 상상까지 가게 되었다.

농협까지 안 가도 되는 세상, 엄마에겐 너무 먼 나라 이야기

세상은 무섭게 변한다. 나조차도 가끔은 이 속도가 버거워 어리버리한데, 한 평생 흙만 보고 살아온 엄마 시대 어르신들은 오죽하실까 싶다. 엄마에게 스마트폰은 그저 전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여전히 멀리 떨어진 마트까지 직접 가시고, 공과금을 내거나 돈 보낼 일이 있으면 꼭 농협 창구까지 가셔야 한다.

자식들에게 전화해서 "이것 좀 알아봐 달라", "저것 좀 사서 보내라" 부탁하시는 게 엄마에겐 일상이지만, 사실 나는 안다. 엄마도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걸. 엄마가 기본적인 검색만 하실 줄 알고, 스마트뱅킹으로 이체 한 번만 스스로 하실 수 있다면 엄마의 하루가 얼마나 편해질까? 뙤약볕 아래 농협 가는 길 대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엄마가 좋아하는 연속극 한 편 더 보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최첨단 스마트팜보다 '네이버 검색창'이 먼저인 이유

그래서 결심했다. 거창한 스마트 농업 지식을 전수하기 전에, 일단 엄마가 세상과 소통하는 법부터 천천히 알려드리기로 했다. 스마트팜 로봇이 잡초를 뽑아주는 세상이라지만, 정작 농부인 엄마가 그 기계를 조작할 줄 모르면 무슨 소용이겠나. 컴퓨터 학원 하나 없는 시골에서 엄마의 유일한 선생님은 결국 멀리 사는 자식뿐이다.

오늘부터 하나씩 숙제를 드려볼 생각이다. "엄마, 내일은 네이버에 '오늘 날씨'라고 검색해봐"부터 시작해서, 직접 계좌이체에 성공하는 날까지. 똑똑한 우리 엄마니까 아마 금방 배우실 거다. 기술이 사람을 소외시키는 게 아니라, 우리 엄마처럼 똑똑하지만 기회가 없던 분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디지털 자립이 성공하는 그날까지, 나의 '효도 분투기'는 계속될 것 같다.

엄마의 디지털 자립을 위해 '스마트 할머니' 만들기 프로젝트로 그동안 우리 형제들이 똘똘 뭉쳐서 엄마에게 알려 드린 방식들, 에피소드를 하나씩 담아 볼 예정입니다.

혹시 여러분의 부모님도 비슷한 상황이신가요? 멀리서 하나씩 해결해 드리는 게 귀찮을 때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상을 배울 때 부모님은 수만 번 더 반복해서 알려주셨을 겁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빚을 갚을 차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