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모종 심는 방법과 시기 — 엄마한테 전화로 배운 노하우의 진짜 이유

엄마랑 통화하다가 "2월에 하우스에 고추 모종 심어놨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솔직히 처음엔 그냥 화분에 씨 뿌려두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닌가 싶었어요. ㅎㅎ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고추는 밭에 바로 씨를 뿌려 키우는 직파 방식이 아니더라고요. 발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생육이 느려서 노지 재배를 하려면 육묘 기간이 무려 2개월 이상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래서 2월에 하우스 안에서 미리 모종을 키우고, 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지는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 사이에 밭에 옮겨 심는 거랍니다.

추위에 약한 고추 특성상 서리가 완전히 끝난 뒤에 심어야 냉해 피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기껏 2개월 넘게 키운 모종이 냉해로 죽어버리면 정말 허탈하죠.. 그래서 엄마도 2월부터 하우스에서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하신 거였어요.

아 그래서 엄마가 겨울부터 바쁘셨던 거구나~ 싶었습니다!

고추 모종, 노하우 없이 심으면 왜 실패할까요?

엄마 말씀 중에 가장 귀에 꽂혔던 게 이 한마디였어요.

"고추 모종은 노하우가 있는 사람이 심어야 해. 모르는 사람이 심으면 너무 깊이 심거나 얕게 심어서 고추가 잘 자라질 않아."

고추 모종은 하우스에서 키울 때 심겨 있던 깊이 그대로 밭에 옮겨 심어야 해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 된다는 거예요.

너무 깊이 심으면 → 줄기 부위에서 새 뿌리가 나오려다 막혀서 뿌리 내림이 늦어지고, 심한 경우엔 땅속에서 줄기가 썩을 수도 있어요.

너무 얕게 심으면 → 뿌리가 지표면 근처에 모여버려서 조금만 가물어도 바로 건조 피해를 입어요. 뿌리가 깊이 자리를 못 잡으니 고추도 당연히 제대로 못 자라고요.

결국 딱 맞는 깊이를 손끝으로 가늠하는 게 경험에서 나오는 거더라고요. 모종 포트의 흙이 살짝 덮일 정도, 이걸 감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심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수십 년 농사 경험이 쌓인 사람의 손과, 그냥 해보려는 사람의 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싶었어요. 

심고 나서 물주기도 핵심이에요

깊이만큼 중요한 게 또 있었어요. 바로 물주기!

모종을 심기 전에 구덩이에 물을 먼저 충분히 부어서, 물이 토양 속 깊숙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대요. 그래야 옮겨 심은 뿌리가 빠르게 흙에 활착이 된다고 해요.

그리고 복토할 때도 흙을 가볍게 덮어주는 게 포인트! 물이 젖어 있는 상태에서 꾹꾹 눌러 덮으면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뿌리가 숨을 쉬어야 하는데 흙이 단단하게 굳어버리면 그 것도 문제가 된대요.

그리고 노지에 고추를 심은 후 가뭄이 지속되면 최소 5~6주 동안은 4~5일 간격으로 물을 줘야 뿌리가 제대로 활착하고 왕성하게 자란다고 하니, 초반 물 관리가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그래서 엄마가 고추밭에 물주기 만큼은 타이밍을 맞추어 가며 늘 정성껏 하고 계셨던거였어요!

모종 심기, 왜 한국 사람이 직접 해야 하나요?

엄마한테 여쭤봤더니 고추 모종 심기만큼은 노하우 있는 한국 사람들이 직접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비닐 씌우기 같은 작업은 정말 잘 하시지만, 모종 심기는 경험에서 나오는 손 감각이 중요한 작업이라 다르다는 거예요. 깊이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면서 맞춰가는 게 말로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죠.

게다가 농촌에서 이런 숙련된 손을 가진 분들을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게 요즘 현실이에요. 농촌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라 고추 모종 심기 철만 되면 사람 구하기 전쟁이 따로 없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는 고향인 그곳에서 오래 거주를 하셨기도 했고 인싸이시기 때문에 다행히 경험이 풍부한 이웃을 구하기는 쉬운편이랍니다.

이게 단순히 힘든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의 문제라는 걸 이번에 새삼 알게 됐어요.

씨앗 하나 심는 것도 그냥 되는 게 없더라고요

전화 한 통 끊고 나서도 엄마 말씀에 따라서 궁금했던 부분을 마저 찾아보다 보니, 고추 모종 하나 심는 데 이렇게 많은 노하우가 필요한 거였구나 싶었어요.

2월에 하우스에서 미리 키우고, 딱 맞는 깊이로 심고, 심기 전에 물 먼저 붓고, 복토는 가볍게 하고, 이후 몇 주는 물 관리까지.

엄마가 수십 년 농사지으시면서 쌓아온 감각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통화 한 번으로 새삼 느꼈습니다. 5월에 밭에 내려가면 그 모종들이 얼마나 자랐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볼 예정이에요. 잘 자라고 있기를 바라며~ 엄마 화이팅!

다음 포스팅에서는 그 5월에 형제들이 소환되는 이유, 바로 150cm 고추대 박기 대작전을 써볼게요.